스포츠 선수들은 본인들만의 다양한 징크스를 갖고 있습니다. 이 징크스는 선수들에게는 특정한 '미신'으로 작용하여, 실제 경기력에 영향이 미칠 정도로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특정 상황과 조건이 만들어져야만 본인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지요.
이처럼 징크스는 보다 완벽한 경기력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징크스라는 덫에 스스로 걸려버리는 경우, 단순한 습관을 넘어서 '강박증' 이라는 심각한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몇 년전 롤 미드라이너인 페이커(Faker) 이상혁 선수가 LCK를 지배하고 있었을때, 그의 유일한 맞수로 손꼽혔던 미드라이너 폰(Pawn) 허원석 선수가 있었습니다. 폰 선수는 안정적인 라인 운영을 바탕으로 한 다재다능한 플레이로 많은 찬사를 받은 선수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뜻밖의 소식이 들려옵니다. 갑작스럽게 폰 선수가 은퇴를 선언한 것입니다. 페이커와의 라이벌리 구도를 흥미롭게 지켜보던 롤 팬들 대다수가 상당히 의아한 반응이었습니다. "대체 왜 갑자기 은퇴를 하는거지?". 결국 몇일이 안되어 공식 발표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폰 선수는 바로 '세팅 강박증' 이라는 질환을 갖고 있었는데, 상태가 점점 악화되어 더 이상 프로생활을 할 수 없을 지경까지 가게 됬다고 합니다.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하냐면, 경기 시작 전에 모니터의 높이와 각도, 키보드의 위치 등 모든 세팅을 직접 자와 각도기를 들고 다니며 쟀다고 합니다. 단 1mm 라도 오차가 생길 경우 경기력과 멘탈이 심하게 흔들리게 됩니다. 폰 선수는 계속 병원 치료까지 받았지만, 증상이 악화되어 아쉽게도 은퇴를 선택한 것입니다.
강박증의 뜻과 생기는 원인은?
강박증이란, 본인이 의미를 부여하는 특정 행동을 지나치게 반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강박증은 그 반복적인 행동의 종류에 따라 여러가지 분류로 나뉩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위생 강박증'은 손바닥에 세균이 묻어 있다는 걱정이 심하여, 하루에 손을 몇백번씩 씻는 사람들입니다. '정리 강박증'은 회사나 집안에 있는 물건들의 배열이 정돈되지 못하고 흐트러져 있으면 심한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모든 물건의 배열과 간격을 직접 자로 잴 정도로 예리합니다. 앞서 언급드린 폰 선수의 '세팅 강박증'도 '정리 강박증'과 비슷한 증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일반인들은 누구나 특정 상황에서는 강박증에 가까운 증상을 보일 순 있습니다. 가령 중요한 서류나 시험지를 작성할때, 혹시나 잘못된 부분은 없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이미 봤던 부분을 여러차례 확인할 때가 있습니다. 혹은 자동차 접촉사고를 경험한 후, 운전 할때마다 여러번 사이드 미러로 확인하는 습관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습관들과 강박증은 다릅니다. 강박증 환자들은 설령 본인이 원하지 않더라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속에 그 행동들이 생각나게 됩니다. 즉, 스스로 그 행동을 조절할 수 없을 정도의 불안한 상태를 보입니다. 강박증 환자들은 만약 그 행동을 하지 않으면, 너무나 큰 걱정과 불안감이 발생하여, 꼭 그 행동을 해야만 불안감이 풀리게 됩니다.
사실 이러한 강박증의 정확한 원인에 대해 아직 밝혀진 부분은 없습니다. 하지만 평소에 과도한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에 노출된 사람들이 쉽게 걸릴 수 있다고 합니다.
특정 분야에 있어서 상당한 경쟁상태에 놓이게 되면, 어느 누구나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때문에 유명한 스포츠 선수들, 예술가들 그리고 영업직 회사원들에게 강박증이 쉽게 생길 수 있습니다.
유명 선수들의 징크스와 강박증
그렇다면, 폰 허원석 선수 외에도 징크스나 강박증을 갖고 있는 선수들은 누가 있을까요? 우선 프로게이머 선수들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오래 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로 이름을 날린 '테란의 황제' 임요환 선수는 아주 특이한 징크스가 있었습니다. 간혹 아침에 일어났을때 쌍커풀이 한쪽만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그 상태로 경기장에 갈때마다 항상 게임에서 패배했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가 몇 차례 반복되자, 임요환 선수는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눈꺼풀부터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만일 한쪽만 쌍커풀이 생겼다면, 반드시 원래대로 눈꺼풀을 되돌려 놓은 후에, 경기장을 향한다고 합니다.
테란 유저로 또 다른 이름을 날린 선수는 바로 최연성 선수입니다. 최근에는 롤 감독으로 커리어를 옮겨 아프리카 프릭스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습니다. 최연성 선수는 현역 프로게이머 시절에 엄청난 강박 증상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키보드와 마우스 패드의 위치가 본인이 원하는 각도로 딱 맞아 떨어지도록 경기장에 테이프를 들고와 붙일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래야만 경기에서 최상의 컨디션이 발휘 된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유명 축구선수들도 다양한 징크스가 있었습니다. 축구의 황제 크리스티아노 호날두 선수는 여러 징크스를 갖고 있었는데요. 단체사진을 찍을때 항상 까치발을 들고 찍어야 그날 경기가 잘 풀린다고 믿고 있습니다. 또한 선수단이 이동하는 단체버스에서 가장 오랫동안 앉아있다가, 마지막에 내리는 걸 좋아합니다. 이러한 사소한 행동들이 좋은 경기력을 위한 하나의 신념처럼 작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독일 바이에른 뮌헨에서 활약한 유명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 선수도 특이한 징크스가 있는데요. 이 선수는 경기 중에 골을 먹히면, 절대로 그 공을 상대팀 선수에게 돌려주지 않는 습관이 있습니다. 상대편 선수들은 바빠 죽겠는데 말이죠.
이러한 행동이 노이어 선수에게는 경기를 이길 수 있게 해주는 미신처럼 작용합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행동은 가끔 상대팀 선수와 충돌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노이어 선수는 경기장에서 사용되는 축구공을 그 어느 선수들보다도 먼저 본인이 만져야만, 그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다고 믿습니다. 때문에 경기 시작전 심판이 손에 들고있던 공을 갑자기 가로채서 모두를 당황하게 만든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강박증 행동들은 작은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선수 본인에게는 매우 중요한 의식과 같습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본인의 느끼는 심리적인 압박과 스트레스가 특수한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적당한 수준의 강박증은 하나의 징크스로 작용하여, 선수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도한 강박증은 하나의 질병으로 선수생활 자체를 위협할 수 있기에, 때로는 적절한 상담과 심리 치료가 필요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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