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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이슈/스포츠 메디컬

축구역사상 최악의 복수극 (로이킨-홀란드) : 무릎연골 파괴 사건

by 닥터위키 - 상쾌한 건강 블로그 2021.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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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선수에게 심장과도 같은 중요한 신체부위는 어디일까요? 정답은 바로 무릎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과 스피드를 가진 선수라도 무릎부상을 한번이라도 경험하면 긴 슬럼프에 빠지게 됩니다. 세계적인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 뿐만아니라 한국이 박지성 선수도 무릎부상 이후로 커리어의 내리막을 걷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고의적으로 상대방 선수에게 무릎부상을 입히는 행위는 강력한 경고 혹은 퇴장이 주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상대방에게 악의를 품고 고의로 무릎을 부러뜨리거나 연골을 파괴하는 '무릎 분쇄기' 같은 선수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사소한 원한에서 시작된, 축구 역사상 가장 엄청난 화제가 된 '로이킨-홀란드' 사건을 소개하겠습니다.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 로이킨

  아일랜드 출신의 미드필더 로이킨(Roy Keane)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미드필더 입니다. 이 선수는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터프한 플레이와 리더쉽 그리고 수비 능력을 가진 선수입니다. 그 시대의 축구 전문가들은 스티브 제라드, 폴 스콜스, 패트릭 비에이라와 함께 당대 최고의 미드필더로 로이킨 선수를 꼽았습니다.

 

'프로 싸움꾼' 로이킨

 

  미드필더의 포지션상 중원을 장악하기 위해 끊임 없는 몸싸움이 요구되고, 간혹 상대 선수와의 마찰이 있기도 합니다. 특히, 당시 프리미어리그를 주름잡던 아스날과 맨유는 최고의 라이벌로 꼽혔는데요. 특히 두 팀간의 경기가 있을때마다 각 팀의 주장이자 미드필더인 로이킨과 비에이라의 싸움을 보는것도 흥미로운 요소였습니다. 

 

  한편 로이킨 선수는 불같은 성격으로 유명했습니다. 어느날 맨유와 다른 2부리그 팀과의 연습경기가 있었는데, 한 어린 선수가 로이킨에게 태클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로이킨은 순간 불쾌함을 못참고, 그 선수 얼굴에 주먹질 한건 유명한 일화입니다.

 

 로이킨의 부상과 홀란드의 모욕

  알프잉 홀란드 선수는 리즈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에서 활약한 노르웨이의 수비수 입니다. 선수시절 활약은 미미했지만, 최근 유럽을 휩쓸고 있는 스트라이커 엘링 홀란드의 아버지로 국내 팬들에게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알프잉 홀란드와 그의 아들 엘링 홀란드

 

 때는 1997년 프리미어리그 맨유와 맨시티의 경기. 팽팽한 흐름이었기에 경기내내 로이킨과 홀란드는 자주 부딪혔습니다. 로이킨의 자서전에도 본인은 그 경기 내내 홀란드와 엉켜서 신경전을 벌였다고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후반 40분경 홀란드에게 로이킨이 태클을 걸다가 넘어지고 말았는데요.

 

  당시 로이킨은 발을 헛딪으면서 홀란드와 뒤엉키며 충돌해버렸는데, 그 충격에 의해 십자인대가 찢어져 버린 것입니다. 당시 사진만 봐도 엄청난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져있는 로이킨을 볼 수 있습니다. 십자인대 파열은 축구선수들에게는 사형선고와 같습니다. 그 고통으로 말하면, 마치 무릎에 망치질은 하는것과 같은 통증과도 같습니다.

 

" 엄살 피지말고, 빨리 일어나 이자식아!  "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 이었습니다. 홀란드 선수가 쓰러져있는 로이킨에게 다가가 부축해주기는 커녕, " 엄살 부리지말고, 빨리 일어나 이자식아 " 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 말 한마디가 3년후에 엄청난 부메랑으로 홀란드 자신에게 돌아올 줄은 몰랐겠지요.

 

  결국 로이킨 선수는 홀란드에게 모욕을 당한채, 십자인대 파열로 곧바로 병원에 실려가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그가 가슴뜨겁게 이루려 했던 축구선수의 모든 꿈이 모두 날아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로이킨의 복수 (무릎 분쇄기)

  로이킨은 이 사건으로 인해 자그마치 1년을 통째로 날렸습니다. 리그 최고의 미드필더 라는 칭호 속에 활약하던 선수에게 이는 마치 사형선고와 같습니다. 당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노렸던 맨유의 팬들과 퍼거슨 감독도 로이킨의 부상을 매우 아쉬워 했습니다. 

 

  로이킨의 부상은 그의 조국 아일랜드 국민들에게도 엄청난 실망감을 안겼습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렸던 아일랜드 국가 대표팀은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까지 가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대표팀 주축 멤버인 로이킨의 이탈로 결국 월드컵 본선진출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과 아일랜드 국민들의 축구열기를 감안했을때 로이킨 선수는 아마 부상 후에도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렸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는 이 모든 원흉은 바로 자신을 모욕하고 부상을 입힌 알프잉 홀란드 라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로이킨의 자서전에도 "나는 회복기간 중에도 오로지 홀란드만을 생각했다" 라고 쓰여 있을 정도였습니다.

 

  무릎 십자인대 파열 수술과 재활치료를 1년간 받은끝에 로이킨은 다시 맨유에 복귀하게 됩니다. 그리고 2001년 드디어 로이킨은 꿈에 그리던 홀란드를 만나게 됩니다. 경기 내내 로이킨은 공에는 관심 없었고, 오로지 홀란드의 '무릎' 만을 바라봤습니다. 

 

3년을 기다린 로이킨의 날아차기

 

  그리고 마침내 중원에서 홀란드가 공을 잡은 순간, 엄청난 파워의 발차기로 홀란드의 무릎을 걷어차 버립니다. 홀란드는 곧바로 박살난 무릎을 부여잡고 고통스럽게 쓰러졌습니다. 그러자 로이킨은 3년전에 홀란드가 자신에게 했듯이 똑같이 다가가 소리칩니다. " 엄살피지 말고 일어나 이자식아! ".  로이킨은 다이렉트 퇴장을 당합니다.

 

  당시 의료진들은 그 날의 사건을 회상하며, 그때 홀란드의 발이 조금만 땅에 닿아있었다면, 그의 무릎이 떨어져나갈 뻔했다고 말합니다. 결국 홀란드 선수는 무릎파열로 3차례나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이후 1년만에 리그에 복귀했지만, 제대로 뛴 경기가 없을 정도로 졸전을 거듭하다가 쓸쓸하게 은퇴하고 맙니다.

 

  이렇게 로이킨의 복수극은 마무리 됩니다. 홀란드 선수가 먼저 로이킨에게 부상을 입히고, 모욕적인 말을 한건 잘못한 일입니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그대로 복수를 되갚아 준 로이킨 선수 역시 많은 언론과 팬들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이 사건은 비록 우리나라에 아직 프리미어리그가 제대로 알려지기 전에 있었던 일이지만, 현재까지도 '레전드 복수극'으로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로이킨 선수와 홀란드 선수가 언젠가는 만나서 화해하길 조심스럽게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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